
이태원 해방촌 골목길 속 오래된 집들이 예뻤던 기억이 나서 구석구석 구경해 보고자 간 거였는데 너무 더웠던 날씨 때문에 초입부터 전의를 상실했다. 오르막길 각도를 보자마자 이 더위에 저기를 다 올라다니면 좁은 골목길 한편의 싸늘한 시체가 아니라 뜨뜻한 시체가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날이 엄청 맑았어서 건물에서도 물건에서도 광이나고 어떤 창문을 들여다봐도 빛이 났다. 더위에 현기증이 나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더 꿈같고 드라마 같고 그랬는데 기분도 조금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올라갈까? 하다가 너무 배고파서 참았다.

올라가볼까? 하다가 몸을 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았다.
다음에는 근처에서 밥을 든든히 먹고 가야지.. 도착했을 때부터 배가 고팠어서 떨어진 당만큼이나 열정이 내려가있었다. 이럴 거면 왜 간 거야.. 근데 이런 골목길에 주르륵 이어진 집들을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영화들이 생각났다. 아니면 그런 영화들이 있었으리라 순간 상상해 냈던 걸 수도 있고.



파란색 주차금지

보통 사진으로 찍으면 경사가 밋밋하게 하나도 안 담기곤 하는데 사진에서 이정도니 진짜 천국으로 가는 계단 뭐 이런 건가 했다.




보자마자 우와아 여기다 싶었던 영화같은 곳


특히 맨 앞에 튀어나온 베란다가 예뻤다. 예뻐 보였는데 예쁘다고 표현해도 되나 뭐라고 해야 하지 우와 이건 진짜.. 예쁘다 했는데.


길을 좀 잘못 들어갔던 골목에 있던 음식점인지 카페에서 뭔 촬영을 하고 있었는지 스테프들이 밖에 주르륵 앉아있었다. 근데 기웃거리는 민폐인간처럼 보이기 싫어서 힐끗 1초 본 다음에 터덜터덜 언덕을 올라갔다. 사실 그 카페/음식점 바로 옆 골목으로 가야 잘못 들어온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언덕 고행을 더 해야 했다. 일주일치 당분을 이태원 언덕에서 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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