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차에는 도쿄 신주쿠에서 가마쿠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개인적으로 도쿄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한적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졌었다. 날씨는 구렸지만 난 구린날씨 좋아하니까.
다음에 도쿄 여행을 가면 가마쿠라는 1박 2일로 다녀오고 싶다. 아니면 출근하는 사람마냥 2일 왔다 갔다 출근도장 하면 되려나. 하여튼, 여기는 오다큐 라인인가 에노덴 열차로 갈아타는 역이었던 것 같은데 전철이 보이는 이곳만 한 3번을 왔다갔다거렸다. 열차를 어디서 타는 건지 몰라서..

여행 가기 전에 에노시마 가마쿠라 프리패스를 미리 구입했었는데 큐알코드를 개찰구에 아무리 찍어도 안 되길래 여기가 아닌가부다 하고 돌아다녔던 거다. 근데 도저히 모르겠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걸음 수 아껴야지 싶어서 직원분한테 고릴라처럼 설명했더니 스크린샷은 안 된다고 했다. 아아 온라인 티켓에 들어가면 시간초가 막 움직이는 라이브 티켓이 있는데 그걸 찍어야 들어갈 수 있던 거였다.


역 안에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역이 이 쇼핑몰에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하여튼 시골 쇼핑센터처럼 생긴 건물 안에 있던 화장실이 예뻤다. 안에 있던 올드한 느낌의 상점들은 없던 추억을 생각나게 했다. 없는데 뭘 생각나게 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 느낌.

열차 밖 풍경도 구경했는데 완전 영국 같았다. 빌라나 빌딩들이 아니고 하우스로 되어있는 데다 집 모양들도 진짜 비슷해서. 센트럴 런던에서 기차 타고 2,3존으로 빠지는 길에 밖을 보면 이런 집들 한가득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날씨가 칙칙하고 탁한 게 더 영국처럼 보이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또 묵은 사진첩을 살짝 뒤져봤는데 기차에서 찍은 사진은 못 찾았지만 좀 비슷하지 않나? 높은 건물들보다 낮고 뭉뚱한 집들이 이리저리 뭉쳐있는 게 예쁘다.

뻥 뚫린 유리창으로 보이는 기관사선생님. 저렇게 모자까지 해서 유니폼이 풀로 갖춰져 있는 게 되게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저녁에는 엄청 어린 기관사님이 절도 있게 탁 탁 문을 열고 닫고 나와서 수신호 같은 걸 하고 그랬는데 그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열차 기관사가 되는 게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을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꿈이었다면 처음 제복을 받아서 입고 멋진 모자를 썼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어서 그냥 혼자 이리저리 생각해 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소하고 낭만적인, 지극히 평범할지도 모를 모든 추억들이 가끔 부럽곤 하다. 남의거라 그런가. 하여튼 나는 그냥 1분 1초라도 잡생각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열찻길과 풍경이 다 보이는 정면 유리창이 너무 좋았다.

유독 이 사진에서 모든 게 아담해 보이는 것 같다.




가마쿠라 해변 슬램덩크 촬영지


바닷가 마을이라 여기서는 조금 짭짤한 향기가 났던 것 같다. 이런 동네에서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 늦장 부리면서 산책도 좀 하고. 햇빛 쨍쨍한 날은 어떤 느낌인지도 한번 보고 싶고.
친구랑은 바다를 보면서 쓰나미가 오면 어디로 도망 어쩌고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kotoku-in


여기는 가마쿠라 대불상이 있는 고토쿠인 절.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북적북적 들어 다니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가 봤는데 오 크다 그리고 화장실 갔다가 나왔다.

고토쿠인 안에 활짝 핀 철쭉이 있었는데 이렇게 색이 진한 건 태어나서 처음 봤다.
저 꽃무늬 옷은 처음 사고 1-2년간은 가끔 옷장 뒤지다가 손에 잡혔을 때 이딴 걸 왜 샀었지? 의문만 품고 묵혀놓던 행주 예비 3순위 정도의 옷이었는데 어느 순간 어 쫌 괜찮을지도? 싶어서 입기 시작했는데 마음에 든다.


이건 행궁동 갔을 때 찍었던 건데 길이도 길고 나시라 시원하고 레이어드 해서 입기도 딱 좋다.

뭔가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울창한 숲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 저기도 올라가보고 싶다. 근데 혼자 갈 생각을 해보니 다른 건 모르겠고 실종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날 밝을 때 후딱 다녀오면 괜찮겠지.


가마쿠라 골목에서 길 36번 정도만 잃어보고 싶다.
도쿄 근교여행



아 중간에 어디선가 당고도 먹었었는데 맛있었다.




라임소바. 친구랑 구글지도에서 사진 보고 와 완전 상큼하고 맛있겠다 엄청난 기대를 품고 갔던 레스토랑. Matsubara-an 마츠바라안.
마츠마라안 라임소바 모둠튀김 맥주 후기 가마쿠라 맛집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았을 때 도착했던 거라 나무젓가락도 씹어먹을 기세였는데 이렇게 맛없는 소바는 난생처음 먹어봤다. 딱히 상큼하지도 않았다. 소바는 차가운 게 맞는데 면은 익히다 만 건지 식감도 너무 . .. 구렸다. 그래도 보통은 먹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고 대충 먹는 편인데 이렇게까지 괘씸했던 이유는 저렇게 먹고 9천 엔인가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츠지한이 오천 엔인가 그랬는데 !
그래도 맥주랑 튀김은 진짜 맛있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바삭함으로 잘 튀겨진 건 처음 먹어봤다.



시부야 하라주쿠 2만보의 여파로 이날은 조금 늦장 부리면서 갔더니 뭘 본 것 같지도 않았는데 날이 금방 어둑해졌다. 이 시간대에 탄 열차 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었는데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열차 안에 진짜 딱 이렇게 생긴 중학생 꼬마가 있었는데 이건 좀 너무 갈색으로 칠했나..? 하여튼 보면서 궁금했던 게 갸루 화장이 아니라 실제 피부가 이렇게 찐한 황토색 피부인 일본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특정 지역의 유전자 같은 건가 궁금했다. 만화에서도 블리치 요루이치처럼 갈색 피부 캐릭터들이 자주 나오기도 하고. 근데 이게 흑인과 혼혈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통 일본인처럼 생겼는데 피부만 어두워서 더 궁금했다. 그냥 탄 건가? 그럼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던 거지 진짜 개성 있고 귀여웠는데.


여기는 가마쿠라역 근처. 그냥 가마쿠라에 있는 가마쿠라 역이길래 가봤는데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집에 가기로 했다. 난 저기 저 너머에 보이는 나무가 가득한 길을 쭉 걸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꼭 다시 간다. 그땐 최소 2일 가서 육만보는 걸어야지. ,,
Kamakura

+

이건 가마쿠라로 출발하기 전 신주쿠에서 먹었던 규카츠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보기만 해도 힘 빠지고 맛없게 찍었을까. 진짜 맛있었는데.. 모토무라 규카츠 신주쿠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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