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를 보여주려는 거야
2026. 7. 7.

 

나는 들은 것은 거의 기억하고, 온종일 귀를 기울이지만, 가끔은 그 모든 것을 조리 있게 하나로 맞춰낼 방법을 알 수 없다. 그럴 때면 나는 진실한 울림이 있는 듯한 단어나 구절에 매달린다. 

 

 

 

 

 

저는 뭘 바라는 걸까요? 제가 뭘 바라는지도 모르는 것, 저 자신이 뭘 바라는지도 모르는 것, 거기서 외로움이 시작되죠. 

 

 

니농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지노에게 헤어짐을 통보하는데, 지노는 통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보고 싶어라고말한다. 

 

 

 

 

 

내 생각엔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나를 좀 더 믿어 봐, 그가 말해요.

섬 근처에 물살이 없는 곳이 있는 게 확실해?

그가 고개를 끄덕여요. 

 

나한테 뭘 보여주려는 거야, 지노?

그 섬에 갈 수 있는 방법.

아닌 건 아닌 거야, 지노.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섬에 가고 싶지 않으면, 배에서 내리지 않으면 돼, 

그가 말해요.

그럼 씨발, 도대체 왜 가는 건데?

거기 갈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러.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뱃사람인지 증명하려는 거겠지! 제가 말해요.

 

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를 보여주려는 거야, 자기랑 내가. 

 

 

 

 

 

근데 영어로 읽으면 한국어 번역판의 그 느낌이 잘 안 난다. No, to show you how we're going to live, you and I 너랑 내가도 아니고 자기랑 내가 라고 번역된 게 진짜 좋다. 

 

 

 

 

 

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한 여인과 결혼하는 거야. 고철이 곧 쓰레기는 아니다, 지노 

 

 

 

 

 

좀 웃겼던 

 

택시 기사 얼굴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녀가 반박한다. 그건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저 택시 기사입니다... 

 

 

 

 

 

이런 고통을 차례차례 겪다 보면 결과적으로 주변의 모든 지평이 닫혀 버리고, 아픈 사람은 고통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는 일(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권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고통은 사람을 단절시키고, 고립시키고, 마비시킨다. 또한 그것은 완전한 실패 혹은 패배감을 불러일으킨다. 

 

 

 

 

 

신기한 것은, 음악이 흐르면 그 장소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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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읽고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전자책으로 읽고서 바로 아마존인가 이베이에서 중고 원서도 한 권 샀었으니까. 근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난 이 책이 좋았어' 라는 것 빼고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항상 '왜' 좋았던가는 잘 기억이 안나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 매번 그냥... 좋아했던 거야라고 얼버무린 적이 많아서 그런가. 그래서 다시 읽어봤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가 딱 한 챕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를 보여주려는거야' 라는 지노의 대사가 들어있는 부분 때문이었다는 걸 꽤나 금방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솔직히 초반 부분은 듬성듬성 생각날 뿐이었고 하품도 한 두어 번 했다. 근데 니농과 지노가 배 타고 나가는 장면에서 바로 생각났다. 이 소설 전체적으로 절약된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이 표현되는 어투가 좋았고 지노의 사랑표현 방법이 너무 좋았다고 ! ! ! 이 챕터 하나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립박수.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