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우폴에서 20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부와 단절된 도시 마리우폴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Associated Press(AP) 소속 기자들이 촬영한 기록을 기반으로 한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며칠 전, 나는 사진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읽었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더 새삼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사진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 소설에서는 사진의 예술성보다 현장을 얼마나 담백하게 기록하는지, 그리고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언급했던 것 같아서. '정보 전달'이라는 포인트가 머릿속에 남아있던 것이다. 이 사회에는 현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길래.

전기도 끊기고 통신도 끊기는 바람에 외부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AP 기자들은 폭격 상황을 담은 몇몇 영상들을 겨우겨우 외부로 전송했다. 그러나 러시아 뉴스에서는 그것들이 가짜 영상이라고 보도 했다.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며 상황 자체가 연출된 것이라는 식 말이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끊임없이 기록했고 지속적으로 세상에 정보를 전달했다. 시신을 둘 곳도 없어서 다용도 실 바닥에 쌓여있는 모습. 산부인과가 공격당하는 바람에 크게 다친 산모와 아이들의 모습 등. 지금 이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들이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어떤 끔찍한 일들이 있었는지 세상에 알려지는 일도 없었을것이다. 우리가 아예 모른 채로 살아갈 뻔했던 것들이라는 점이 묘했다.


나에게 사진 기자라 함은 그냥 수만은 직업들 중 하나일 뿐인 무미 건조한 영역이었는데, 아니면 거친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 달려 나가는 무모함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 정도?
근데 소설을 읽을 때 어떤 포인트를 인식하게 되었는데 정확하게 이런 부분 이라고 콕 찝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인지하게 되었다는 그런 느낌...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로써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에 밟히던 이미지와 말들


의사들은 시체를 다용도실에 보관한다


다들 진정해

우리 특기가 진정하는 건데 뭐

온 세상이 무너졌는데도 이렇게 담배 피우고 있잖아

안 무너졌어 아직은
이건 구급대원들의 대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밤새 우리는 병원 7층에 앉아서 인터넷 신호를 잡아 이 기록들을 내보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멀쩡했던 집이 파괴되고 오늘 아침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이제는 없고. 내가 평생을 살았던 동네가 폐허가 되고. 전쟁은 대체 무엇을 위한 건지 난 도대체가 모르겠다. 서로를 죽이고 파괴해서 무언가를 얻는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게다가 죽임을 당하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전쟁의 이유와 목적에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고 말이지.


전쟁은 엑스레이와 같아요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죠.


등유가 없어서 불이 꺼질 거예요






마리우폴은 침공 86일만에 함락됐다.
'본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를 보여주려는 거야 (0) | 2026.07.07 |
|---|---|
|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 (0) | 2026.05.28 |
| 체념 증후군의 기록 : 사회가 만들어낸 원인 불명의 질병 (0) | 2026.03.22 |
| 오드리와 데이지. (0) | 202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