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
2026. 5. 28.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분명, 아니 당연하게도 청소년 권장도서 어쩌고여서 읽었을 텐데 생각나는 내용은 없고, 그 이후에 다시 손을 댄 적도 없었다. 문학전집 도장 깨기로 한 번 읽어놓고 그저 질려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뭔 내용이었더라? 하면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바다의 이야기지 였던 정도인데.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질려? 그냥 책꽂이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기만 하던 모습에 질렸던 건가. 

 

그렇다 할 감상문도 없이 종이와 활자의 의미로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보니 좋네.

 

 

 

 

 

그는 멕시코 만류인 걸프 스트림에서 작은 배를 타고 혼자 고기를 잡는 늙은이였다. 그는 벌써 팔십사일 동안이나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채 바다에 나가고 있었다. 처음 사십 일간은 한 소년이 그와 함께 있었다.

 

첫 도입부 읽자마자 이래서 이게 명작이라 불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첫 장은 몇 주 전엔가 읽었는데 그때는 이게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읽혔는지 모를 일이다. 

 

 

 

노인과 바다 해석 독후감 느낀점

 

그는 희망과 자신을 완전히 잃은 적이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랜덤 줄 긋기. 종이를 접어 읽는 것도, 문장에 줄을 긋는 것도 진짜 싫어했어 서서 책을 깨끗하게 읽는 게 평생의 습관이었는데. 이제 책을 쫙 펼친다던가 뒤로 말아 접어 본다던 가는 편안해서 좋아졌다. 그리고 줄 긋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막상 하지는 못 했다. 또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읽어야 할 때 자연스레 줄 그어진 부분으로만 눈이 갈 것 같아서 그게 싫으니까... 그리고 뭔가를 망치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기도 했다. 예전에는 종이 사이에 종이를 껴놔서 이 페이지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음을 대충 표시해 놨었는데.

 

근데 이북으로 읽을 때는 형광펜기능을 아주 야무지게 사용한다. 했다가 취소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한 번에 몰아보기도 좋고. 흠 그냥 종이 아까워서 줄을 안 그었나 보다. 변덕스럽게 굴 바엔 백지로 놓는 게 낫다는 것이었겠지 뭐. 

 

 

 

 

 

이제 그는 거의 편안했다. 사실상 지금의 상태는, 지금까지의 상태보다 조금 나을 뿐이었지만 그는 거의 안락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바다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그는, 그가 얼마나 홀로 있는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나진 않았어

그는 말했다.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일이야, 

 

 

 

 

 

이제 우린 다시 같이 나가는 거예요

아냐, 난 운이 없어. 이제 운이 다 간 거야

운 같은 건 상관할 것 없어요

소년이 말했다.

내가 운을 가져오겠어요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소년은 아무리 봐도 정말 안정형이야. 나랑 놀아주라. 

초반에도 소년이 노인을 챙기는 부분이 너무 담백하고 안정적이라 내가 사랑받은 기분이 들었지 뭐야... 

 

 

 

노인과 바다 줄거리

 

한 노인이 먼바다로 나가 사흘 동안의 처절한 싸움 끝에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낸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 상어들을 조우하게 되고 머리와 뼈대만 남은, 물고기 뼈만 매단 채 돌아오게 된다. 이게 노인과 바다의 별거 없어 보이는 줄거리다. 

 

사실 그 처절함을 통해 나도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뜻을 품어보다가도 힘이 빠져버렸던. 그만큼 처절했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뼛따구만 남을지 누가 알았겠냐고. 그럼에도 그 큰 물고기를 결국엔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끝까지 싸워내고, 항구까지 무사히 운반해서 내가 쏟아부었던 그 무언가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게 오늘이고 내일이고.  몰라 그냥 물고기 내놔.

 

myoskin